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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공급량 지키는 '롤렉스'... 돈·시간 넘쳐도 못 사요
2021.09.06
수요 만족 못한 롤렉스, 팬데믹에 '퍼펙트 스톰' 겪어'품귀 현상'에 브랜드 가치↑... 투자 상품으로도 주목매장 오픈런해도 살 수 없는 롤렉스... 중고 거래 활발



“아내가 중고는 안 된다고 해서 피골은 못 하고 3개월 오픈런(개점 시간을 기다렸다가 곧바로 들어가서 구매하는 것)해서 처음 시계를 봤어요”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 품귀 현상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브랜드 특성상 해마다 공급 문제가 있었지만,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생산에 차질이 생긴 가운데 투기 상품으로도 주목받아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수요 급증해도 롤렉스 생산량은 '요지부동'



[사진=롤렉스 공식 홈페이지]

[사진=롤렉스 공식 홈페이지]





6일 업계에 따르면 롤렉스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요에 비해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해 ‘퍼펙트 스톰’을 겪는 중이다. ‘퍼펙트 스톰’이란 여러 악재가 겹친 가장 안 좋은 상황을 의미한다.

야후 파이낸스는 지난 4일(현지 시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자동차부터 커피 콩, 화장지까지 일어나는 공급 부족 현상이 명품 시계 시장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위스시계산업협회(FHS)는 지난 7월 스위스산 명품 시계 매출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7.6%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과 미국 내 매출은 각각 75%, 48.5%씩 증가하며 높은 수요를 증명했다.

이중 롤렉스는 공급 부족 현상이 심각한 시계 브랜드 중 하나다. 온라인 시계 소매업체 ‘밥스와치’ 최고경영자(CEO)인 폴 알티에리는 “(롤렉스가) 코로나로 인해 몇 개월 동안 공장 문을 닫아 공급 문제는 더 악화됐지만 이러한 문제는 이미 존재했었다”고 말했다.

알티에리는 “세계적인 수요는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지만 공급은 일정하게 유지됐다. 가격을 높이는 요인인 수요와 공급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새 모델이 출시되면 몇 분 또는 몇 초 안에 팔린다”고 전했다.

롤렉스가 높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시계 공급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이유는 브랜드 특성 때문이다. 롤렉스는 시계의 심장’으로 불리는 동력장치 ‘무브먼트’를 자체적으로 만드는 브랜드다. 무브먼트 제작부터 부품 조립까지 직접 맡아 공급 속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시계 전문 블로그 '어블로그와치'의 설립자 아리엘 애덤스는 “롤렉스는 수요 충족을 위해 시계 생산량을 늘리지도 않는다. 고객의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노력하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반면, 오메가·카르티에 등 대형 시계 그룹사에 속한 다른 명품 브랜드는 무브먼트 등 주요 부품을 만드는 공장과 인력을 공유해 생산량을 확보한다. 수요에 맞게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품귀 현상에 중고 거래 활발... 리셀이 매장보다 비싸



롤렉스 매장 앞에 오픈런 대기 장소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롤렉스 매장 앞에 오픈런 대기 장소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롤렉스 품귀 현상이 이어지자 중고 거래가가 매장 판매 가격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시계 전문 매체 ‘윈드 빈티지’ 소속인 에릭 윈드 기자는 “롤렉스 시계를 온라인으로 판매할 방법은 아주 많다. 누구나 롤렉스 인기 제품인 데이토나, 서브마리너를 수천 달러씩 더 비싸게 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상황은 ‘퍼펙트 스톰’이다. 운동화를 온라인으로 재판매하는 것처럼 쉽다. 시계 시장에는 더 많은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국내 중고 시장에서도 롤렉스는 인기는 뜨겁다. 구매 방법에 따라 ‘성골’, ‘피골’, 진골‘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성골은 매장에서 소비자가로 롤렉스 시계를 구매한 사람, 피골은 중고 시장에서 웃돈을 의미하는 피(FEE)를 주고 구매한 사람, 진골은 해외 직구 등을 통해 제품을 구매한 사람을 뜻한다.

회원 수가 50만 명에 달하는 한 명품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 롤렉스가 오픈 시간부터 웨이팅 마감이 끝난다. 리셀러가 오픈런을 점령한 것 같다. 놀래서 돌아간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3개월 오픈런해서 처음 시계를 샀는데 원하는 모델은 아니었다. 아내가 중고는 안된다고 해서 피골은 못 했다”라고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리셀러는 매장 등에서 제품을 정식으로 구매해 중고 거래로 차익을 노리는 사람을 의미한다.

20대 대학생 최모씨는 “시계를 실컷 차고 재판매를 해도 매장 구매가보다 비싸게 팔 수 있다. 시세가 1000만원 정도 차이가 나고 인기 많은 제품은 3000~4000만원 까지도 차이가 난다. 재테크로 잘 된다”고 말했다.

아예 롤렉스 시계 중고 거래로 차익을 노리는 투자 상품도 등장했다. 조각 투자 플랫폼 ‘피스’를 운영하는 바이셀스탠다드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롤렉스 조각 투자 상품을 세 차례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투자금으로 매입한 롤렉스 시계를 약 6개월에 걸쳐 매각해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누어 주는 것으로 모두 30분 만에 모집 마감을 기록했다.

반면, 한정된 공급 탓에 매장 수익은 줄어드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로렉스 매출은 2329억원으로 전년보다 19.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 이익은 283억원으로 49.2%, 당기순이익은 219억원으로 49.9%씩 줄었다.

일각에서는 짝퉁 거래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시계산업협동조합은 “국내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롤렉스 등 유명 브랜드의 '짝퉁' 제품 수백 종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모조품 판매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리셀 같은 특정 상품에 대한 선호 현상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소비가 제한되니 더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중고 거래로 되팔아도 상품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정된 공급도 수요를 자극하고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는 요인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중이다. 과거에 금이라는 현물 투자 자체에 의미가 있었지만, 요즘은 특정 브랜드가 만든 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등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