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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음원·명작그림·강남빌딩·한정판 운동화까지… 쌈짓돈으로 하는 ‘조각투자’, 주식은 왜 안 될까?
2021.06.04
[매일경제] 음원·명작그림·강남빌딩·한정판 운동화까지… 쌈짓돈으로 하는 ‘조각투자’, 주식은 왜 안 될까?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소액으로 큰 자산의 일부를 소유하는 ‘조각투자’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소수점 투자(Fractional Share Trading)’라는 이름으로 이제 제도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지만 젊은 세대에게 이미 조각투자는 익숙하다. 코인시장에서는 이미 조각투자가 상용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비트코인은 1개당 50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지만 투자자는 소수점 8자리까지 쪼개 살 수 있어 소액으로 투자 가능하다.

조각투자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크게는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빌딩이나 미술품은 적은 돈으로 온전히 소유할 수 없어 투자수요가 있더라도 접근이 불가능했다. 이러한 벽을 낮춰 투자자 저변을 넓혀 자본을 유입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건축물과 미술품 등은 쉽게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장기투자 수요를 유입해 안정적인 시세상승을 통해 안정적인 배당을 줄 수 있다. 이를 통해 플랫폼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자본을 묶어둘 수 있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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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호응에 다양한 자산군으로 확대

최근에는 코인뿐 아니라 음원, 그림, 리셀 등 다양한 분야의 조각투자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투자자를 모집하는 곳에서도 최소 투자 단위가 1000원대까지 낮아져 20대는 물론 10대 젊은 투자자들의 유입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DABS 서비스를 선보인 카사코리아는 ‘역삼 런던빌’을 제1호 건물을 대상으로 공모에 나섰다. 그 결과 7000명이 몰리는 성과를 냈다. 최소 투자금은 5000원부터 시작해 지분 투자자들은 부동산 임대수익도 지분에 따라 받을 수 있고, 개인끼리 지분을 사고팔 수도 있다. 이 빌딩의 수익증권은 1주당 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연간 3.15%가량의 수익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각투자 플랫폼인 ‘피스’는 첫 번째 포트폴리오에서 ‘롤렉스 집합1호’ 라는 상품을 공개하며 1억1800만원의 모집액이 30분 만에 소진되기도 했다. 이렇게 모은 자금을 통해 롤렉스 시계 11점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6개월 이후 시계를 판매하기 시작하고 투자자들은 원할 때 배당금과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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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도 이러한 조각투자 대열에 가세했다. 신한의 모바일 금융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인 신한 ‘쏠(SOL)’에서 고가의 한정판 스니커즈나 미술품, 아트토이를 1000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공동구매 서비스 ‘소투’를 출시한 것이다. 한 켤레에 최대 100만원을 웃도는 나이키 에어포스 같은 고가의 스니커즈부터 한국 단색화의 선구자 박서보 작가의 미술작품까지 다양한 자산을 조각투자할 수 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소투 투자 평균 수익률은 15%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미술품 조각투자를 위한 플랫폼은 이미 여럿이 경쟁하고 있다. 서울옥션, 피카프로젝트 등의 플랫폼은 대체불가토큰(Non-Fungible Token, NFT) 기술을 활용하거나 공동구매 방식으로 일반인에게 유명 미술작가의 수십억원대 미술품을 조각으로 나눠 판매한다. NFT를 판매하는 것이다. 미술품 조각투자 서비스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열매컴퍼니는 NFT 기술을 활용한 조각투자의 성장성을 인정받아 최근 대형 게임업체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자회사 위메이드트리의 전략적 투자를 받기도 했다.

젊은 동학개미 몰린 주식시장 소수점 투자 안 하나? 못 하나?

지난해부터 동학개미들이 대규모로 유입된 주식시장에서도 소수점 주식거래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소수점 주식 거래는 주식을 1주 단위가 아닌 소수점 단위로 매매하는 서비스로, 개인투자자의 직접투자 증대와 더불어 소수점 거래에 대한 업계와 당국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단순히 소수점 단위의 주식을 거래하도록 하는 것을 넘어 적은 돈을 쪼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는 자산관리업계의 신흥먹거리로 도약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수점 주식의 개념은 미국 리테일 브로커리지사가 제공하는 배당 재투자 프로그램(Dividend Reinvestment Program)에서 파생되었다. 배당금을 자동으로 재투자할 때 남는 금액을 소수점 주식으로 환산하여 차기 배당금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후 고객이 원하는 금액으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는 서비스가 시행되면서 소수점 거래 서비스가 함께 제공되었고, 2020년에 접어들며 로빈후드, 찰스슈왑, 피델리티 등 온라인·모바일 브로커리지 서비스를 중심으로 소수점 주식 거래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미국에서 이러한 소수점 주식 거래가 무료 수수료와 함께 ‘주식시장의 민주화(democratizing the stock markets)’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여러 리테일 브로커리지사가 주목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이 해외 및 국내 주식의 소수점 거래를 허용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에 나섰지만 구현 방식이 복잡해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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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증권사 참여의사… 법 개정·시스템 구축 선행돼야

최근 주식투자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20대 청년층이나 노년층 등 소액투자 수요가 있는 계층에는 접근하기에 부담스러운 가격대의 우량주가 다수다.

앞서 금융위는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를 기반으로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 두 곳에 해외 주식 소수점 매매 서비스를 2년간 허용해줬다. 신한금융투자는 오는 7월, 한국투자증권은 11월까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후 다른 증권사에서도 해외 주식은 물론 국내 주식 소수점 매매를 원하는 목소리를 높이자 금융당국은 이를 본격 도입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려는 상황이다. 복수의 증권사들은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역시 허용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현재 6개 증권사가 적극적으로 (소수점 거래)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증권사 외에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 등 새롭게 증권업계에 발을 들인 새내기들도 올해 중 해외 주식 소수점 매매 서비스와 함께 해외 주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지만, 소수점 매매 신청을 받지 않아 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제도 개선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 1주마다 주어지는 주식의결권을 여러 사람이 쪼개서 공유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 1주 단위로만 전자 증권을 발행하는 예탁결제원 시스템도 개편해야 한다. 금융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익증권발행신탁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전한 1주를 만들기 위해 증권사가 보유한 1주를 기초로 10주의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게 골자다. 이러한 경우 소수점 주식 투자자는 증권회사와 계약을 통해 배당청구권과 잔여재산청구권 등을 확보할 수 있고 의결권 대리 행사도 가능하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소수점 주식 거래 서비스를 원활히 시행하기에 앞서 관련 법령 및 제도 정비, 거래 및 예탁 시스템 개선, IT 시스템 안정성 검토 등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소수점 거래는 소액 투자자의 투자기회집합 확대 및 분산투자가 용이하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인 측면이 있어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국내 정책에 반영하고 소수점 거래를 활용한 다양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9호 (2021년 6월) 기사입니다]